때와 시 사는얘기

<때와 시의 중요성>

모든 일에는 때와 시(時)가 있는 법입니다. 똑 같은 사람이 똑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언제, 어느 때에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사뭇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자칫 때를 놓치면 낭패를 당하고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그래서 일의 성패(成敗)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중에 인화(人和) 못지않게 천시(天時)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때와 시(時)를 놓치지 않으려면 또한 일의 선후(先後)와 경중(輕重)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안목은 하루아침에 갖춰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노련한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리즘으로는 필연적으로 허점이 드러나게 되고 문제에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학교 종업식 하는 날에 벌어진 일들이 바로 이러한 때와 시(時) 놓친 아마추어리즘이 빚어낸 촌극(寸劇)이랄 수 있습니다. 긴 겨울방학 기간 동안에 미리 준비되고 갖춰져야 할 일들이 미루어지고 간과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혼란입니다. 비록 부랴부랴 일을 보완하고 긴급 조치를 취했지만 한 번 놓친 때와 시는 돌일킬 수 없어 결국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 간의 인사이동이 확정되지 않아 업무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변명을 했지만 사실은 정해진 틀에 따라 마땅히 진행되어야 할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필연적인 결과요 혼선입니다. 그래서 종업식을 하는 순간까지 신년도 업무분장이 발표되지 않았고 따라서 봄 방학 기간 중에 준비되어야 할 신년도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또한 과목별 시수가 확정되지 않아 사실상 교과협의회가 파행을 겪었고 수업 준비에도 차질이 생기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담임 배정도 인문계 고교에서 불문율처럼 되어 있는 교과별 안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표 직후 항의성 질문이 쏟아지고 결국 나중에 다시 조정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진 것입니다. 종국에는 다 거쳐야 할 일들인데 지각 있는 그 누군가가 조금만 더 빨리 서두르고 준비했다면 일이 이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때와 시(時)의 중요함이 어디 조직 사회에서만 그렇겠습니까? 이것은 개인의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변하지 않는 철칙과 같은 것입니다. 자신이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알고 진퇴를 결정할 때는 박수를 받지만 그 때를 놓치고 나면 비겁하다거나 탐욕스럽다는 비난과 원망을 듣기 마련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모든 공(功)들이 그만 수포로 돌아가고 수욕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를 알고 미련 없이 물러나는 자의 뒷모습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입니다.
병을 다스리는 측면에서도 때와 시(時)는 매우 중요합니다. 비록 암으로 진단 받았다 하더라도 초기에만 발견하면 수술과 모든 치유과정이 보다 순조롭고 완치율도 높아지는 법입니다. 그러나 비록 간단한 질병이라도 오래되고 말기가 되면 큰 어려움을 겪어야하고 물질과 정신적인 면에서 엄청난 손상을 입어야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변비로 인해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장 내시경을 한 번 받아야겠다고 말만해놓고 지금껏 미루고 있었는데 아내가 방학 기간 아니면 검사받기가 쉽지 않다고 병원에 예약을 한 바람에 어제께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위내시경을 받을 때 워낙 고생을 한 경험이 있어서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때와 시(時)의 중요성을 신봉하는 아내에게 끌려 저는 코에 꿴 소 마냥 병원에 갔습니다. 예상대로 검사를 위한 준비과정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금식하며 경구용 장세척 액을 두병이나 먹고 물 2.5리터를 하루 동안 억지로 마신 뒤 설사를 해야 하는 과정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장(腸)이 깨끗하다는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비록 이상이 있더라도 초기 발견이라는 때와 시(時)만 적의하면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을 했지만 그래도 약간은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엔 “그러면 그렇지 음주(飮酒), 끽연(喫煙), 과식(過食)하지 않고 육류 섭취도 과(過)하지 않는 절제된 생활을 하는 내겐 당연한 결과이지......” 하면서 기분 좋게 큰소리 칠 수 있었습니다. (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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