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7)동대사 여행얘기

7. 자연 속의 가람 토다이사(東大寺)

 아름다운 구릉(丘陵)에 둘러싸인 고도(古都) 나라(奈良)는 우리나라 말 「나라」가 고장의 이름이 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에 7대 70년에 걸쳐 일본의 수도(首都)였고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문화를 받아들여 일본 최초의 국가를 세웠던 곳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일본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천황이 우리나라의 이주자(移住者)란 설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처음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곳이다. 어디를 가도 일본적 아취(雅趣)와 함께 우리나라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친근함과 소박함이 묻어난다. 나라에서는 토다이사(東大寺)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물이라는 고오류지(廣隆寺)를 방문하도록 되어 있다.

 
 토다이사(東大寺)는 대불(大佛)을 비롯하여 많은 국보급 건축물과 텐표(天平) 시대에서 카마쿠라 시대까지의 옛 불상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불교문화의 대표적인 사원이다. 비로사나불은 그 규모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위용(威容)을 갖추고 있다. 밑에서 보는 모습은 석굴암 본존상을 서너 배 확대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상(像)을 주조(鑄造)할 때 벼락으로 무너진 적인 있는데 그 안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이 많이 죽고 한 사람이 넘어진 부처 상 안에 갇히게 되었다고 한다. 출구가 막혀 살아 나오기 힘들었는데 기지를 발휘하여 부처상의 콧구멍으로 나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한다. 그래서 사찰 안 뒤쪽 기둥에 부처님의 콧구멍 크기와 동일한 구멍을 내어놓고 그곳을 통과하면 이생의 모든 고통과 번뇌가 사라진다고 관광객들이 힘들게 통과하며 즐기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 있었다.
 
 푸른 잔디 위에서 무리 지어 쉬는 사슴이나 사람들을 졸졸 따라 다니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줄도 아는 세련된 사슴이 사찰에 방목(放牧)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토다이사(東大寺)를 오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이 곳의 사슴은 먹이를 사서 주는 관광객을 잘도 구분하고 따라 다닌다. 딸아이가 사슴 먹이 자율 판매대에서 먹이를 사자 눈치 빠른 사슴들이 떼를 지어 몰려든다. 백제 사람이 주조(鑄造)했다는 거대한 비로사나불 좌상(坐像)이나 국보급 건축물, 방대한 사역(寺域)의 규모보다는 수많은 사적과 명소를 품에 안고 있는 대공원의 일부로 사찰 유적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부럽게 느껴진다. 사슴을 신성시(神聖視)하던 전통을 현대에까지 접맥(接脈)시키고 사슴을 역사(歷史) 속에 집어넣은 아이디어 또한 기막히다. 자연의 일부가 된 사찰, 불심과 사슴의 공존, 인간과 자연과 짐승이 어우러진 속을 거니는 이 독특한 체험, 참으로 일본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서 발견하게 되면 새로운 안목(眼目)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안목은 또한 우리의 것을 바로 살필 수 있게 해주고, 우리의 실상(實狀)을 바로 아는 것은 또한 발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화를 전해 준 자와 받은 자가 누구인가를 따져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문화의 참 가치를 이해하고 어떻게 자기의 것으로 일구고 발전 시켜나가느냐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일본을 좋아하게 되었다. 옛것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 가는 섬세함과 문화에 대한 안목(眼目)을 느끼고 선진화된 의식과 친자연적인 삶의 규모들을 발견할 때마다 일본에 대한 나의 편견(偏見)은 버려야될 오만(傲慢)에 불과함을 깨닫게 된다. (200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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