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흉수(四凶獸) 사는얘기

사흉수(四凶獸)

 

일곱 살 난 아들을 무차별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이미 사람이기를 거부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아버지가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그는 살인 혐의 외에도 시체 손괴, 유기 등의 엽기적인 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34, 90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이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권투하듯이 세게 때렸는데 이렇게 하다가는 아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발로 가슴과 머리를 차기까지 했으면서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변명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는 아들이 사망하자 사체를 훼손하고, 집 근처에 유기하고 일부를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는 전설적인 짐승인 사흉(四凶)에 비견(比肩)할만 하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나락(奈落)이 이만하면 가히 짐승보다 못하다 할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사흉(四凶)으로 도올(檮杌), 혼돈(渾沌), 궁기(窮奇), 도철(饕餮)을 꼽는다. 가르쳐서 바로잡기 어렵다는 난훈(難訓)의 도올(檮杌)<맹자(孟子)>에 나온다. “초지도올일악수야”(楚之檮杌一惡獸也)라 하여 도올(檮杌)을 악한 짐승이라고 말하고 있다. 친 아들을 살인한 자라면 응당 그 죄책감으로 인해 현장검증을 할 때 후회하며 오열할 만도 한데 아무런 동요도 없이 담담하게 범행을 재연했다고 하니 그는 실로 가르쳐 고치기 어려운 난훈(難訓)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사건은 사람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으며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가의 가늠자이기도 하다. 귀한 것이 썩으면 더 악취가 나듯이 고귀한 인성이 타락하면 끝없이 더러워질 수 있는 법이다.

 

또한 사흉수(四凶獸) 중 하나인 궁기(窮奇)는 그 모습이 소와 같고, 고슴도치처럼 털이 나있으며, 규산(刲山)이라는 산에 살며, 개의 울음소리로 짖고,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전해진다. 혹은 날개가 달린 호랑이로, 사람을 머리부터 잡아먹는다는 또 다른 기록도 있고, 오제(五帝)의 한 명인 소호(少皥)의 아들이었는데, 그 혼이 규산에 머물러 괴물이 되었다고도 한다. 아들을 살인하고 사체를 훼손 유기한 이 사람은 궁기(窮奇)보다도 못한 존재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한다고 하는데 짐승도 하지 않는 짓거리를 하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짐승보다도 못하다고 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하는 해묵은 물음에 우리는 이제는 조심스럽게 답()을 해야만 할 것 같다. 루터가 신자(信者)는 의인(義人)이자 동시에 죄인(罪人)이며, 인간(人間)은 실제로 죄인(罪人)이지만 소망(所望) 속에서 의()롭다.”고 한 말은 기독교 인간론의 근간을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본질상 악()하지만 소망 가운데서 선()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참된 인간은 악()에서 선()으로 이동하는 자이며, 태생적(胎生的)인 악()을 극복하고 주어지는 은총(恩寵)을 통해 선()을 향해 가는 것이 바른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악한 본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부단히 인격을 도야에 힘쓰고, 위로부터 내리는 은혜를 사모하며, 부부(父父) 자자(子子) , 부모는 부모답게 자녀는 자녀답게 살아야 할 것이다.(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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